독립영화관 역량향상교육
영화 방송일 2023년 3월 24일 방송
영화 평점 : 8.33
영화 감독 : 김창범
영화 출연 : 구자은, 문혜인, 임호준, 오민애, 임채영
영화 촬영/조명 : 이진근
영화 미술 : 정예린
영화 분장 : 유설아
영화 음악 : 정경인
영화 동시녹음 : 박소정
영화 프로듀서 : 김동찬
영화 시간 : 39분
영화 장르키워드 : 블랙코미디, 드라마
영화 제작년도 : 2021년
<역량형상교육> 줄거리
갑작스레 구조 조정을 당한 윤지와 동료 직원들.
교외의 한 폐창고로 유배되어 ‘역량향상교육’을 받기 시작합니다.
윤지는 회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역량형상교육> 연출의도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걸까.
<역량형상교육> 김창범 감독은?
<망망>(2019)을 포함해 세 편의 단편을 연출했다.
<역량형상교육> 영화제 상영 및 수상내역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왓챠가 주목한 단편 (2021)
제15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초이스 (2021)
제4회 제주혼듸독립영화제 혼듸경쟁 (2021)
<역량형상교육>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리뷰 (글: 이은선 영화평론가)
구조조정 대상자들에게 남은 실낱같은 희망은, 역량 향상 교육의 우수생으로 뽑혀 복직하는 것이다. 자리는 하나뿐. 애초에 회사로 돌아가려는 마음이 없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복직이 간절한 자들 사이의 눈치싸움이 벌어진다. <역량향상교육>은 노동 환경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되 그동안 동일한 소재를 다뤘던 영화들의 전형성으로부터 가뿐하게 벗어나 있다. 기본 톤 앤 매너는 코미디다. 상황의 주체인 회사가 논쟁에서 슬쩍 빠져있는 사이 근로자들끼리 다퉈야 하는 아이러니를 꼬집으면서도, 교육 참가 인원들의 면면과 이들을 관리하는 비정규직 매니저 사이에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사건들로 참신한 디테일을 추구한다. 사이가 껄끄럽던 주인공 윤지와 매니저 채영이 모종의 합의에 이르게 되면서 일어나는 극의 전환은 기발할 정도다. 선량한 피해자가 아니라 일견 뻔뻔해 보이기까지 하는 여성 캐릭터들을 내세우고, 그들의 충돌과 화합 그리고 진심의 순간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은선)
<역량향상교육> 인디그라운드 관객기자단[인디즈]_이현지
147번째 교육을 시작하겠습니다. 버려진 창고에 버려진 사람들이 모였다. 한 직장만 10년을 다녔지만 결국 구조 조정당한 여 자 직원 ‘윤지’와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남부장까지. 딱딱한 의자에 일렬로 앉아 있는 익숙한 낯들뿐이다. 이미 회사에서 잘린 마당에, 교육받는 직원들의 반응은 탐탁치않다. 낙인이 찍힌 본인이 다 시 회사로 돌아갈 수 있을 리가 만무한 것이다. 노조 단톡방에 새롭게 올라온 공지글은 판도를 뒤집었다. 룰은 간단했다. 역량향상교육 성적 1등은 희망 시 본사로 본직. 곧 결혼을 앞둔 윤지에게는 정말 한 줄기의 희망이었다.
갑작스레 생겨난 기대감은 결국 실직자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으로 이어졌다. 그들은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를 나선다. 미달과 수료의 연속. 매일 일정 점수를 획득하지 않으면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는 잔인한 시험. 이 모든 과정에서 회사는 어디에도 자리하지 않는다. 그들을 관리하는 감독관조차 아르바이트로 고용된 일회성 직위에 머무른다. 남아 있는 사람 들은 때로는 무례하게, 잇따라 간절하게 교육을 이수한다. 여름을 지나 겨울이 되어도, 앳된 감독관이 두 사람의 간극 사이를 비집고 창고로 들어가 앉는다. 147번째 교육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루어지지 않을 정의를 향해 역량향상교육은 계속된다.
<역량향상교육> 영화에 관해 궁금한 것들
- 김창범 감독 지면인터뷰
Q. <역량향상교육>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게 된 계기는.
A.(이하 김창범 감독) 이 이야기는 제가 직접 경험한 아르바이트에서 소재를 얻었습니다. 휴학 중 저는 구인 사이트에서 사람들이 온라인 강의를 잘 듣도록 돕기만 하면 된다는 소위 ‘꿀알바’ 공고를 발견했습니다.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날, 저는 그 일이 구조조정 대상자들의 교육을 돕고 관리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모 기업이 수십 명의 구조조정 대상자들을 업무에서 즉각 제외시키고 교육이라는 명목의 유배를 보냈던 것입니다. 저는 교육을 담당한 외주 회사 소속의 아르바이트 자리에 지원한 것이었고, 일의 실체를 듣고 복잡한 마음이 들었지만 저 역시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화는 현실에서 겪었던 일을 각색한 것입니다. 실제 촬영은 창고가 아니라 학원을 대관하여 교실에서 진행하였었고, 1위를 하면 복직의 기회를 주겠다는 설정이나 교육 대상자들 간의 경쟁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로 만든 것입니다. 당연히 인물들 역시 저의 상상 속 인물입니다. 다만, 갑작스런 대규모 구조조정이라든지 교육이라는 명목의 유배는 모두 사실이었습니다. 대상자들의 당혹감과 협상과정(퇴직금을 더 받는)을 옆에서 지켜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영화를 배우기 전 평범한 회사원이었기에 남일 같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명목으로 그저 이들의 아픔을 방관해야 했습니다.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은 이러한 부당하고 황당한 일들이 여전히,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였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저의 죄책감 때문입니다. 저는 영화의 교육 매니저 채영(문혜인)처럼 교육 대상자들을 관리하고 관찰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황당하지만 바꿀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무력감, 그럼에도 이 일을 지속하고 있는 저 자신에 대한 혐오감 등이 뒤섞여 복잡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서로에게 화살을 겨누는 인물들은 모두 저 스스로에 대한 화살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화살이 오가게 만든 주체인 ‘기업’은 현실에서도 영화에서도 등장하지 않는 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했고, 이 역시 영화를 만들며 놓치지 않고 보여주려고 한 점입니다.
Q. 구조조정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 어떻게 연출하고자 했나요.
A. ‘구조조정’이라는 무거운 소재와 주제이기에 무거운 톤보다 가벼운 톤으로 접근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현실의 모든 아이러니를 증폭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 웃으면서도 ‘내가 웃어도 되나’ 싶은 의문이 들 수 있도록이요. 다만 코미디적인 톤은 중반까지만 의도하였고 주인공 윤지(구자은)가 채영(문혜인)의 시나리오를 발견하고 거래를 제안하는 순간부터는 웃음기를 빼 상대적으로 인물들의 처절한 상황과 현실이 더 와 닿게 만들었습니다.
Q.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폐창고에는 ‘을’과 ‘을’이 모이게 됩니다.
A. 모든 상황의 주범인 ‘갑’이 빠진 상황 속 ‘을’ 간의 싸움은 영화를 구상했을 때부터 의도했던 부분입니다. 첫 질문의 답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이는 현실에서도 똑같았습니다. 제가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에도 제가 소속된 곳은 교육을 담당하는 외주회사였을 뿐, 부당해고를 시행한 기업인 ‘갑’과는 접촉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비단 이 상황 뿐 아니라, 우리는 현실 속에서 수없이 많은 ‘을’간의 싸움을 마주합니다. 영화를 통해 이러한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Q. 윤지와 채영, 김부장과 다니, 각자 인물별로 상황과 사정이 다릅니다.
A. ‘윤지’는 회사에 애증이 가득한 인물입니다. 그만큼 구조조정 대상자가 됐을 때 배신감과 원망도 컸고, 복직의 기회를 알게 됐을 때 가장 기뻐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스스로 회사에 대한 감정을 그다지 의식하고 있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막상 잘릴 위기에 처하고 나서야 자신이 회사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익숙하면서 애증이 가득한 관계는 가족과도 비슷합니다. 즉, 윤지에게 회사는 가족과 같은 존재였다고 생각하고 회사 밖이 무섭다는 대사도 이러한 생각에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생계 문제나 커리어적인 문제를 넘어서서 ‘가족과 떨어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복직을 위한 고군분투를 행했다고 생각합니다.
‘채영’은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중, 폐창고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가장 동떨어져 있는 인물입니다. 이는 극의 초중반에서 구조조정 대상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보입니다. 모두에게 선을 긋고 어떤 감정적인 관여를 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것은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채영에게 위안을 줍니다. 자신은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조금은 가볍게, 혹은 관조적으로 상황을 바라봅니다. 그러다 윤지를 소재로 시나리오를 쓰고 그것을 윤지에게 들키면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됩니다. 이후에는 이 상황에 완전히 관여하게 되며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그것은 비슷한 상황을 직접 겪었고, 이 영화를 만든 ‘저’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또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관객(시청자)까지도 극 안으로 끌어들이게 만드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습니다.
‘김부장’은 어쩌면 윤지보다도 복직이 간절한 사람입니다. 부족한 능력과 다른 직원들보다 많은 나이의 김부장은 ‘가장’이기에 이직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자존심 때문에 이러한 간절함을 윤지처럼 드러내지 못합니다. 이는 가족에게도 마찬가집니다. 혼자서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어떻게든 복직을 해내려고 합니다. 직장과 가정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삶을 가지지 않은 현 시대의 일부 중년층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영화상에서 가장 외롭고 쓸쓸한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다니’는 젊습니다. 소위 말하는 MZ세대로 그녀에겐 앞으로도 많은 기회가 있고 진로 고민도 항상 진행 중입니다. 이에 이번 구조조정이 인생에 있어 그다지 큰 타격은 아닙니다.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퇴직금을 받을 예정이고 긴 휴가시간도 생겼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평생 다닐 회사라고 생각한 적이 없기에 감정적인 타격도 는 인물입니다.
Q. 윤지 역에는 구자은 배우가, 교육 진행 아르바이트생 채영 역에는 문혜인이 연기합니다.
A. 구자은, 문혜인 배우는 모두 전부터 꼭 작업을 같이 해보고 싶었습니다. 두 배우 모두 단편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오성호 감독의 <연애경험>이라는 작품에서, 문혜인 배우는 <혜영>, <나가요>라는 작품이었습니다.
구자은 배우는 <연애경험>에서 연애에 서툰 공장노동자 역할을 했었는데 배우가 아니라 실제 인물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영화에서의 모습이 자연스럽고 현실적이었습니다. 이에 배우가 궁금해졌고,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면서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엉뚱하고 이기적이지만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인 ‘윤지’와 찰떡이라는 생각이 들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구자은 배우를 염두하고 윤지라는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캐스팅은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캐스팅 제의를 하였고, 미팅을 거쳐 확정하였습니다.
문혜인 배우는 작품에서 차갑지만 왠지 따듯한 느낌을 주는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극 중 ‘채영’역에 너무나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어 지인을 통해 연락처를 받아 캐스팅 제의를 하였고, 시나리오를 읽어보신 뒤 같이 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셔서 작업하게 됐습니다.
배우들과는 현장과 리딩/리허설 과정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 지점은 톤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코미디 톤을 어느 정도로 가져갈 것이며, 신경전/말다툼 장면은 어느 정도로 표현할 것인지 등 영화의 톤을 맞춰가는 데 긴 시간을 함께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Q. 영화의 주된 배경인 폐창고에서 촬영이 진행되었습니다.
A. 보통의 단편영화보다는 긴 런닝타임이지만, 그에 비해 로케이션이 한정된 공간이었기에 촬영 기간을 넉넉히 잡지는 않았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적은 예산에 맞추기 위해 촉박한 일정이었지만 무조건 찍어야 했습니다. 다행히 스텝들과 배우들 모두 베테랑들이기에 촬영을 수월하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편집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던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편집을 했는데, 어떤 것을 버리고(줄이고), 어떤 것을 강조할지(늘릴지) 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 버전 역시 40분을 맞추기 위해 많이 줄인 것인데, 어쩔 수 없이 호흡을 충분히 주지 못한 장면이 많습니다. 영화를 볼 때 그런 장면이 나오면 보기가 괴롭습니다.
Q. <역량향상교육>를 준비하면서 참고한 자료가 있다면.
A.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참고한 레퍼런스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입니다. 블랙코미디의 톤부터 중간점의 충격적인 전환, 다양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까지 <기생충>으로부터 많은 영감과 도움을 받았습니다.
Q. <역량향상교육> 이후 근황을 전해주신다면.
A. <역량향상교육> 이후에는 주로 영화사에서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개인적으로 독립장편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당분간은 유튜브 숏폼 영상 프로젝트에 연출로서 참여할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보는 시청자분들에게.
A. 안녕하세요, 감독 김창범입니다. 부디 재밌게 봐주셨기를 바랍니다. 영화가 끝나고, 영화에서 그리는 아이러니에 대해 여러 각도로 생각해보시면 아마 또 다른 재미가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