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한국인의밥상 594회 2023년 2월 2일 방송 시간 정보 촬영지 위치 어디 촬영장소 요리 레시피 파는 곳 위치 어디 밀키트 택배 가격 주문 방법 문의 식당 맛집
최불암 본명 최영한 나이 82세
따스한 한 그릇 엄마와 찌개
‘보글보글’ 찌개 끓는 소리는 내 어머니의 밥 먹으라는 소리.
찌개는 참으로 평범하고 투박한 한 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찌개’여야 어머니가 떠오른다.
추운 겨울, 찌개 한 숟가락은 영영 잊을 수 없는 어머니 한숨이자 마음이다.
■ 엄마의 시간과 정성으로 구수해지다 ‘흑돼지청국장찌개’ -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세상 무엇도 품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여, 어머니의 산이라 불리는 지리산. 이곳에서 20년째, 자식들을 위해 장을 담그는 허점순 씨가 있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콩과 옻을 삶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점순 씨. 점순 씨의 정성으로 빚어낸 조선간장은 찌개부터 반찬까지 이곳저곳에 다 넣어 감칠맛을 내주는 이 집안의 보물이다. 세월이 흘러 부모보다 커버린 자식들이지만 본인 눈에는 아직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느껴진다고. 그런 자식들을 위해 점순 씨는 오늘도 팔을 걷어붙여 자식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본다.
마천면의 특산품인 옻을 이용해 직접 띄운 청국장과 또 다른 특산품인 흑돼지를 넣어 만든 ‘흑돼지청국장찌개’는 두 딸이 가장 좋아한다는 엄마의 찌개다. 아플 때나 화날 때, 슬플 때나 즐거울 때 항상 생각난다는 구수한 흑돼지청국장찌개는 돌아서면 생각나는 엄마의 찌개라고 한다. 또, 막내딸인 연숙 씨가 임신했을 때 입덧이 심해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나 이것만은 술술 들어가 매일 찾았던 음식인 ‘고추장양념불고기’. 아궁이 불에 구워 그 불 앞에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어 먹을 때 두 배로 맛있다고 한다. 평생을 퍼주어도 부족한 엄마의 사랑과 정성으로 만들어 낸 따뜻하면서도 구수한 한 상을 만나본다.
■ 갯벌은 엄마에게, 엄마는 자식에게 내어주다 - 충청남도 태안군
충남 태안 안면도에 있는 백사장항. 40년 전만 해도 숲으로 이루어진 오지였다는 이곳에서 70년째 갯벌로 나가고 있는 강남숙 씨가 있다. 일곱 살 때부터 친정엄마를 따라 갯벌에서 조개를 캐기 시작했다는 남숙 씨. 아낌없이 내어주는 펄에서 봄에는 톳, 여름에는 고시락, 겨울에는 몰을 캐며 4남매를 키워냈다고 한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 갯일을 그만둘 법도 하지만 몸이 허락할 때까지 갯벌에 나가고 싶다는 남숙 씨. 억척스럽게 일하며 혼자 고향에 남아 있는 어머니가 걱정돼 첫째 딸 정애란 씨와 둘째 아들 정정연 씨가 어머니의 곁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남숙 씨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자식들을 위해 펄이 내어준 재료들로 음식을 만들어준다. 어렸을 때부터 자식들이 서로 먹겠다고 다투었다는 ‘붕장어짜글이’. 통발만 던져놔도 쉽게 잡혔다는 붕장어로 만든 짜글이는 밥과 함께 비벼 먹으면 이만한 밥도둑이 없다고 한다. 항상 캐오는 바지락을 가득 넣고 와글와글 끓인 ‘와그라탕’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이다. 부지런하게 따온 몰까지 된장과 함께 무쳐주면 투박하지만 남숙 씨의 사랑이 담긴 갯벌 한 상이 완성된다. 변변한 먹을거리가 없던 시절,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으로 또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 함경도 출신 엄슐랭 엄마의 ‘생태찌개’, 아들에게 이어지다 - 경기도 부천시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10년간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살았던 할아버지가 있다. ‘스머프 할배’로 불리는 정성기 씨는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치매에 걸린 어머니에게 삼시 세끼를 직접 요리해서 대접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치매에 걸렸을 때 임종을 지키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도 컸기에 어머니만이라도 꼭 직접 모시고 싶었다는 정성기 씨. 길어야 1년이라는 말에 시작했던 간병은 장장 10년이라는 긴 시간으로 변해버렸다. 밤이면 한두 시간에 한 번씩 깨어나 효자손으로 바닥을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는 어머니가 징글징글해서 ‘징글맘’이라는 별명을 붙여드렸다고 한다. 장장 10년간의 밥상 일기를 블로그에 기록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는 성기 씨. 당시에는 징글징글했던 어머니지만 곁에 없는 지금은 못 해드렸던 것만 생각나서 후회스럽다고 한다. 미식가였던 어머니 덕분에 함경도식 음식부터 서양식 요리까지 총 500개가 넘는 요리를 배울 수 있었다는 성기 씨는 요리 강의를 할 정도로 요리사가 다 됐다.
어머니를 추억하며 각별하게 좋아하셨던 음식 몇 가지를 만들어본다. 고향이 함경도인 어머니는 생태와 갖은양념을 넣고 끓인 ‘생태찌개’를 무척이나 좋아하셨다고 한다. 다른 자식들이 해준 것보다 성기 씨가 해준 생태찌개를 특히 좋아하셨다고. 병세가 깊어질수록 어머님이 하루라도 더 사셨으면 하는 마음에 된장, 채소, 밥을 갈아 만든 ‘연명죽’은 성기 씨의 염원으로 만들어낸 음식.이다. 지금은 하늘로 소풍을 떠나신 어머님을 그리워하며 또 한 번, 어머니를 위한 밥상을 차려본다.
■ 과메기 덕장에 엄마의 사랑 걸렸네 ‘통과메기김치찌개’ - 경상북도 영덕군 창포리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경북 영덕 창포리. 해안에서도 돌출되어 사계절 바람이 불어오는 영덕 창포리는 예부터 청어를 말려 겨울 양식으로 먹어왔다고 한다. 이곳에 과메기 덕장을 운영하는 권병수 씨네 가족이 있다. 점점 힘에 부쳐하는 부모님을 대신해 선뜻 덕장 일을 물려받은 병수 씨와 며느리 샛별 씨. 그런 자식들에게 부모님은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한다. 어머니 이향화 씨는 영덕지방에서 오래전부터 여러 가지 일을 부지런히 하는 이들에게 붙여준 ‘오만그물’ 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그렇게 부지런한 어머니를 닮아 자식인 병수 씨도 열심히 살아가고자 한다.
고소한 맛이 일품인 청어 과메기로 만든 ‘통과메기김치찌개’. 덕장 일로 바쁜 자식을 위해 향화 씨가 서둘러 만들어주는 따스한 찌개이다. 각종 채소와 양념을 넣고 무친 새콤달콤한 ‘과메기무침’과 지글지글 구워낸 ‘청어구이’까지 더해지면 작업으로 지친 고단한 몸을 녹여줄 엄마 한 상이 완성된다. 세상살이의 헛헛함을 달래주는 어머니의 찌개가 가족들을 따스하게 위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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